[200825 중앙일보] 2022년 전작권 전환, 전쟁 억제 가능할지 놓고 판단해야

전작권 전환의 실용적 접근

헬멧 그래픽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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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일 미군의 3분의 1인 1만2000명을 감축했다. 독일 정치인들은 여야 구분 없이 “미군 주둔을 원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들은 왜 미군 주둔을 원할까. 독일은 안보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 방위에 의존한다. 나토는 30개 회원국이 저마다 위임해준 군사력에 대해서만 작전통제권을 갖는다. 자국군의 30%를 나토에 위임했다면 70% 군의 작전통제권은 해당 회원국이 갖는 식이다. 우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반도 전쟁 땐 미 본토 병력 70만 명과 최첨단 전력 증원돼
전작권 전환하면 한국군 지휘받는 미군 증원 가능할지 의문
전환 논란은 이념에서 벗어나 국익·생존에 유용한지 따져야
동맹 변질·안보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실용적 대책 필요

그러나 독일은 1990년 동·서독 통일 전까지 자국군의 80% 이상을 나토에 위임했다. 전시에는 서독군 대부분이 나토 사령관(미군)의 작전 통제를 받게 돼 있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 육·해·공군 본부와 제2작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를 제외한 70%의 군에 대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도 서독에서 작전통제권 문제로 정치적 대립·갈등은 없었다. 나토 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을 맡기면서 그 여력을 경제 발전에 집중했으며, 그 맥락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미군의 전작권에 불만 없어
 
이승만 대통령은 6·25전쟁 때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을 위임했다. 78년 한미연합사가 창설되면서 연합사령관에게 이양됐다. 평시 작전통제권은 94년 12월 1일 한국군에 전환됐고,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은 노무현 정부 이후 오늘날까지 전환 계획과 연기를 번복해 왔다.
 
전작권 전환 논란은 30년 넘게 이념에 매몰돼 극한 대립으로 이어졌다. 이념에 갇힌 주장은 무엇이 국가를 위한 길이고, 어떤 주장이 더 합리적인지 밝히는 진실 게임으로 풀 수 없다. 이념에서 벗어나 어떤 것이 국익과 생존에 유용한지를 따져야 한다. 허망한 말이나 가정·추측은 배제하고 현장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안보 문제는 한번 잘못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실용으로 접근한다. 전작권 논란도 실용으로 접근하는 게 최선이다.
 
첫째, 군사 주권의 인식 문제다. 전작권 전환 찬성론자들은 전작권은 군사 주권의 핵심이고 군사 주권이 없기에 우리 군이 미군에 종속됐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전작권은 군사 주권 문제라기보다 생존 보장을 위한 안보 대안이라 주장한다. 이 논란은 자존과 생존의 충돌이다. 자존과 생존은 국가가 지켜야 할 기본이다. 어느 것 하나 양보하기 힘들지만, 우선순위를 정하라면 생존이다.
 
국가가 자존 없이 생존하는 것은 인내가 필요하지만, 생존이 없으면 자존은 아예 없다. ‘종속’은 학문적으로 자국의 국방 정책과 국방비 사용, 군사력 운용 등이 특정 국가에 통제받는 것을 말한다. 냉전기 구소련의 통제 아래 있던 동구 공산 국가들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은 국방 정책과 국방비 사용의 독립성을 갖고 있다. 전시 군사력 운용에 다소 제한이 있다 해서 종속이라 표현하는 것은 자기비하적이다. 서독은 통일 전까지 우리보다 미군에 더 의존적이었음에도 종속이란 표현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군이 미군에 종속됐다고 보지 않는다. 오직 북한과 전작권 전환을 강행하려는 특정 세력의 선동적 용어에 불과하다. 군사 주권도 중요하지만, 생존 보장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둘째, 한·미 동맹 유지의 문제다. 찬성 측은 전작권 전환으로 한·미 동맹 약화나 안보 위기는 없다고 단정한다. 반대 측은 전작권이 전환됐을 때 미국의 한국 방위 공약 약화 가능성을 지적한다.
 
실용으로 따져보자. 전작권 전환의 본질은 안보 차원에서 미국으로부터 독립성을 추구하는 선택이다. 냉혹한 국제 현실에서 미국이 과거와 같은 수준의 안보 공약을 유지할 이유가 있겠는가. 최근 주독 미군 철수에 이어 주한 미군 철수 문제가 거론된다. 또 북한은 약 60개의 핵무기 보유와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화에 성공했다. 우리 국민의 핵 인질, 핵 노예 우려가 심각해졌다. 전작권 전환이 동맹의 변질, 안보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셋째, 평화와 통일에 대한 문제다. 찬성 측은 전작권이 있어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자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한·미 동맹의 압도적 힘의 우위가 평화 보장과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한다. 한반도는 지정학적 특성상 주변국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38선 남북 분단과 6·25 전쟁, 정전협정은 우리 의지가 아니었다. 한반도는 주변국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기에 국제 관계 속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전승국 영국·프랑스·구소련은 통일을 반대했다. 이를 극복하고 통일을 실현할 수 있었던 데는 서독 정치 지도자들의 통찰력과 외교 전략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서독 헬무트 콜 총리는 동독 에리히 호네커 서기장에게 “통일을 위해 우리 두 사람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제정치적 관계 속에서 전승국들과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독은 동독과의 관계 못지않게 미국 등 전승국과의 신뢰를 쌓아왔다. 영국·프랑스·구소련의 반대를 미국이 나서서 해결하게 한 것은 서독 외교 전략의 백미다. 우리가 남북 관계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22년 전환 얽매이지 말고 유연성 가져야
 
현 정부 주요 인사는 “60만 대군을 가진 한국군이 2만7000명을 가진 미군 사령관의 작전 통제를 받는 것은 정상적 주권 국가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얼핏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현실 인식의 오류다. 주한 미군이 평시에는 2만7000명이지만, 전시가 되면 미국 본토에서 70만 명에 달하는 병력과 함께 항공모함·스텔스폭격기·핵잠수함 등 300조원(한국군 6년 치 국방비)이 넘는 최첨단 전력이 증원된다. 이것이 지금의 평화를 유지하는 전쟁억제력이다. 주요 인사에게 되묻는다. 당신이 미국 대통령이라면 증원 전력을 한국군이 작전 통제하도록 내버려 두겠는가. 차라리 증원 전력을 안 보낼 것이라는 게 합리적 판단이다.
 
전쟁은 반드시 싸워 이겨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다. 억제에 실패했을 때 최단 시간 내 승리함으로써 국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미 증원 전력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지금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대폭 축소되다 보니 전작권 전환 검증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2022년 전환 목표에 얽매이지 말고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잠시 여유를 갖고 실용성을 제대로 평가해 보면 어떨까.
 

한국의 자체적 북핵 대응력 갖춘 뒤 전작권 전환해야
한·미는 2014년 10월 북한 핵 위협 증가에 따라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전환 조건’에 대한 검증이 진행 중이다. 1차 검증은 지난해 했으나 셀프 검증, 부실 검증 지적이 쏟아졌다. 향후 2·3차 검증만큼은 3가지 전환 조건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요구된다.
 
첫째, 한국군의 연합 방위 주도 능력 확보다. 미국 입장에서 전시에 주한 미군과 미 본토 증원 전력까지 한국군에 작전 통제를 맡기려면 그 능력에 대한 검증은 필수다. 이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전작권 전환은 부정적일 것이다. 한국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면 유사시 지금 같은 미군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쟁 억제력에 치명적이다.
 
둘째, 북한 핵·미사일 관련 한국군의 초기 대응 능력 확보다. 미국 핵우산이 제공되지만, 북한 핵 위협이 더욱 현실화되면서 우리의 초기 대응 능력이 절실해졌다. 선제타격체계(Kill Chain),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 3축 체계 구축을 통해 확보해 나갈 계획이었으나 현 정부 들어 용어조차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나토식 전술핵 공유든, 자위권적 핵무장이든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셋째,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충돌 민감 지역으로 남중국해·대만·한반도를 꼽는다. 최근 미국이 대만까지 전선을 확대하면서 일촉즉발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주변국의 세력 충돌·재편 시기에 한반도는 위기를 맞았다. 명나라·일본의 세력 충돌 과정에서 임진왜란을, 명나라·청나라 세력 재편 과정에서 병자호란을 겪었다. 전작권 전환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미·중 무력 충돌 시 우리의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기회를 놓치면 비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한반도통일전략연구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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